남편의 출산 노트3 <위기편>

임신 6주 차 초음파 사진과 심장박동수 측정
지옥과 천국을 오갔던 날, 다행히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 소리

우리 부부는 노산이기 때문에 난임병원에서 주는 가이드라인을 칼같이 지키는 편이었다. 임신 전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해 각종 주사나 처방약을 거르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임신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한 프롤루텍스 주사와 아스피린, 프로기노바 등 처방해준 약품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었다. 몸은 힘들어도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 태명 ‘샘물’, 그리고 불길한 꿈

나는 여러 가지 태명을 생각하다 ‘샘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가장 중요한 건강을 비롯해 재능과 선한 인품이 샘처럼 솟는 아이’라는 바람을 담은 태명이었다. 내 나름대로 좋은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인데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다행히 아내는 엄청 마음에 들어 했다. 그동안은 찰떡이, 콩떡이처럼 약간은 장난 섞인 귀여운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은 우리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샘물’이라고 부르니 더욱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뒤 장모님께서 고래 꿈을 꾸었다며 전화를 주셨다. 바다에 물고기가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 고래가 보였다고 하셨다. 그 고래를 잡으려 뜰채로 떴더니 그 안으로 큰 붕어 두 마리가 들어왔다. 한 마리는 팔딱팔딱 뛰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조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두 마리 모두 배를 보이며 뒤집어져 있어서 혹시 건강하지 않은 것인가 생각했다고 하셨다. 뭔가 태몽인 듯 아닌 듯, 좋은 듯 안 좋은 듯 애매한 꿈이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이 꿈이 일종의 예지몽이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며칠 뒤 가슴이 철렁한 일이 일어났다.

🚨 “오빠, 하혈을 해…” 가슴 철렁한 순간

이번 추석은 평일 하루만 연차를 낸다면 총 10일이 되는 역대급 연휴였다. 나는 중간에 일을 나가야 해서 본가와 처가에서 3~4일 머무른 뒤 출근하는 스케줄이었고 아내는 친정에서 2박 3일 동안 가족들과 리조트 여행을 계획했다. 중간에 헤어져 나는 집으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했고 아내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전화로 몸 상태를 물어봤는데 그렇게 큰 증상은 없었다. 잠잘 때 소변을 자주 보는 바람에 중간중간 깬다든지 약간의 과식을 해 소화가 더디다든지 하는 자잘한 애로사항은 있었지만 모두 그러려니 하던 특별한 증상은 아니었다.

다만, 리조트 주변을 구경하느라 하루 평균 1만 보 정도를 걸어 약간 피곤하다는 얘기를 했다. 임신 초기에 그 정도 걸으면 당연히 피곤할 거라 넘겼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날 기어코 일이 벌어졌다.

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속옷이 다 젖을 만큼의 하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올해 들어 세 번째 유산이란 말인가.”

정신이 없고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 얼마 전 장모님이 말씀하신 뒤집어진 물고기 꿈이 안 좋은 일을 암시하는 예지몽이었던가. 별의별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내는 처남이 운전해서 바로 우리가 다니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다고 했다. 나도 일이 끝나자마자 병원 쪽으로 미친 듯이 향했다.

💓 심박수 123bpm,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도중 급하게 진료를 마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마 나쁜 결과는 아니겠지. 이럴 수는 없다’고 되뇌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 샘물이 건강하대. 심장 소리 들었어.”

정말 천만다행으로 샘물이는 건강하단다. 심장박동수는 123bpm으로 힘차게 뛰고 있다고 수화기 너머로 따뜻한 소식이 전해져왔다. 그제야 나도 안심을 하며 병원에 도착해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조금 지친 기색이었으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아내를 데리고 운전해온 처남을 보내고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아내는 정말 이번에도 유산을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혈의 원인은 ‘무리한 활동’ 때문이었다. 리조트에 놀러 가서 정말 많이 걸었고 몸이 힘들어서 자궁 수축으로 하혈을 한 것이라고 한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임신 초기 안정을 취해도 모자랄 판에 왜 그렇게 힘들게 다녔냐”고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담당 선생님이 그렇게 강조하듯 말한 것은 처음 듣는다. 원체 사람이 무뚝뚝하고 물어보는 것 외에는 말씀도 적은 편인 양반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안정기(12주 이후)가 되기 전 임신 초기에는 격한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두 번의 유산에서도 5주를 넘긴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선생님은 10월 말까지 특별히 조심하며 주사와 처방약을 유지하자고 하셨다.

📝 남편이 공부한 임신 초기(5~8주) 상태

👶 아기의 상태
머리~엉덩이 길이는 약 0.5~2.4cm이며 너무 작아 몸무게는 측정이 불가하다. 그러나 머리와 몸통의 구분은 가능하며 뇌와 신경세포의 80% 가량 형성되고 심장, 간장, 위 등의 기관 분화가 점차 시작된다. 6주부터는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엄마의 상태
임신 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몸무게의 변화는 없다. 자궁은 레몬 정도의 크기로 확대되어 있고 생리가 멎음과 동시에 기초체온의 고온기가 지속된다. 나른하고 미열이 있어 마치 감기에 걸린 듯하며 가슴이 아프고 팽창하는 느낌이 든다.

⚠️ 결론 (남편의 다짐)
태아의 발달에 중요한 장기 형성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아이와 엄마 모두 엄청나게 중요한 시기다. 컨디션 유지에 따라 유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므로 산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는 휴식을 충분히 취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아찔한 경험이었으나 이제 이 일은 뒤로하고 앞으로의 안정을 위해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다시 병원에 가서 상태를 체크했다.

심박수는 그때보다 늘어 139bpm을 기록했다. 머리와 엉덩이 길이는 1cm 가량 되고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태반이 형성되는 과정이라 자궁에 소량의 피가 고여있는데 일주일 정도 있으면 안정될 거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제 10월 말까지 조심하면서 1차 기형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방심하지 말자.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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